“책을 통해 아름다운 삶과 희망·사랑 배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하는 의사. 의사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감추며 환자를 대한다. 그 때문인지 환자들은 `의사’를 차갑고 날카로운 메스처럼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로 인식한다.

그러나 `의사’는 `문학’과 가장 가까우면서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의사는 환자의 아픔을 치료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며, 죽음의 슬픔도 같이 한다. 이런 의사는 단 하루도 `책’을 멀리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책을 통해 `아름다운 삶’과 `용기’, `희망과 사랑’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책’을 통해 `국민 속의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시의사회 `의학문인회’ 동호회이다.

`의학문인회’는 참된 의성(醫性)을 튼튼하게 해 의료계 및 사회와의 소통을 지향하는 한편 서울시의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유형준 회장(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을 주축으로 지난 2015년 출발했다. 〈사진〉

의학문인회는 유 회장을 포함해 39명의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주요 임원은 유박영 청박병원 원장, 성상규 내과 원장, 문현창 내과 원장 등 3명의 부회장과 김석연 서울의료원 기획조정실장(순환기내과)이 총무를 맡고 있다. 또한 김현정 서울의료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센터장(피부과)이 간사로, 김정한 성애병원 내분비내과과장과 임덕식 빈센트의원 과장, 김현숙 서울시의료원 홍보실장(소아청소년과장) 등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학문인회는 2015년 7월 17일 서울시의사회 제12회 상임이사회에서 서울시의사회 동호회로 승인받았다. 닷새 후 유형준 회장과 김석연 총무가 만나 `의학문인회’ 창립 준비를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이어 8월 6일 유형준 회장과 김석연 총무, 문현창·성상규 부회장, 김현정 간사 등이 모여 의학문인회 창립 준비를 위한 모임을 가진 뒤 9월 15일 서울시의사회 1층 강당에서 `창립총회 및 기념강좌’를 열었다.

유형준 회장은 창립총회 당시 “의학과 문학은 둘 다 저 깊숙한 인간의 고통과 생명의 의미를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의학과 문학은 둘 다 사람의 질병 치료에 그 깊은 바탕을 두고 있어 가깝게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학과 문학의 합력(合力)은 참된 의성(醫性) 강화에 뚜렷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문학으로 친목을 돋우고 의료계 및 사회와의 좋은 소통을 지향하겠다. 진료와 연구에 바쁘더라도 의학문인회에 자주 참석해 격려와 꾸짖음을 달라”고 당부했다.

창립총회에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의사 회원들의 친목을 위한 다양한 동호회가 있지만 의사들이 문학과 만나 의사 본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고 뒤돌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동호회가 생겨 기대가 크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창립총회와 함께 유형준 회장이 `의사와 인문학’을, 국민대학교 대학원 문화교차학과 조유선 교수가 `문학과 질병:도스토예프스키와 간질’ 등을 주제로 강연하는 등 `의학문인회’는 서울시의사회 문학동호회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의학문인회는 2개월에 한 번 씩 정기적인 모임을 열고 `독서 감상 및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2016년 10월 26일 국립중앙의료원 내 NMC 가든 세미나실에서 열린 1차 정기모임 때는 문현창 회원이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대표 발제하고 참석한 회원 각자의 견해를 나눴다. 특히 문인회는 서울시 의사회원 독후감 공모전을 열어 2016년 10월 26일 서울시의사회관 강당에서 시상식을 개최했고, 수상작은 의사신문에 연재됐다.

의사신문에는 의학문인회 `신춘 릴레이 수필’이라는 제목으로 `할머니의 주사기’, `효도하고 잘 살자’, `중국의 명시 최호의 황학루’, `성(性)에 대한 짧은 생각’, `커피 한 잔의 단상’, `빨래터 물리치료실’,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삼국유사에 얽힌 아이러니’, `인공지능(AI)과 인류에 대한 단상’ 등 총 8편이 실렸다.

의학문인회는 `의학’과 `인문학’이 함께 해 의사 본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낮아지고 있는 의사들의 자존심과 위상 회복에 많은 역할을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문인회는 문학 감상 및 문학적 교양 교류 사업(문학강좌, 문학기행, 문학 발표 및 전시회 등), 문집 발간, 동호회 홈페이지 게시판 및 동호회 밴드 운영, 타 문인회와 교류 활동, 각종 언론 기고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문학으로 소통, 참된 의성에 대해 고민”
의사 회원 간 친목 도모 넘어 국민과 공감대 형성 위해 노력

유형준 의학문인회 회장(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대한민국 의료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위상은 최고의 실력과 능력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의사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문화적인 `정체성’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즉, 의사가 국민들에게 천대(?) 받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유형준 회장은 의사들이 가진 강한 우월감과 자존감, 딱딱한 진료실의 의사들의 모습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유 회장은 의사가 국민들에게 `굿 닥터’로 보이기 위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선 `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의학문인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했다.

또, 의사의 본질인 `의성(醫性, 의(醫, 의학·의술·의료)의 순수한 본래 특성)’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서울시의사회 `문화동호회’가 없었다고. 문학으로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상과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의사상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울시의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게 됐다’고 했다. 이는 문학은 삶의 고통을, 의학은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갈등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가장 가깝게 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생명의 가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 회장은 “`문학’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문학과 가장 밀접하고 가까운 사람은 `의사’다. 의사는 `인문학’의 대가”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인체해부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분자생물학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만큼 인간의 질병과 치료, 고통과 생명을 잘 묘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의사가 인문학을 더 잘 표현하고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의사는 의학적인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이야기나 심리상태, 어려운 의학적인 글도 기본적으로 쉽게, 그리고 사실과 같이 리얼하고 재미나게 풀어낼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의사는 문화, 경제, 사회, 현재와 미래에 대한 관점을 만들어 내는 역할자로 풍부한 볼거리, 읽을거리, 사람냄새가 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다. 소설가, 수필가, 시인 등 문학인으로 정식 등단하는 의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바쁜 의사들이 `참된 의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했다. 의사들은 의학서적이든 소설책이든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했다. 의사들이 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 회원들 간의 친목 도모도 좋지만 의사가 아닌 국민과 지혜와 지식을 나누고 소통하는 `문화’를 함께 한다는 의미가 필요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지적이고 감성적인 `인성’을 나타내 준다. `책을 읽는 의사’라는 훈훈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의사 이미지에 편견을 갖지 않게 해 국민들과 동질성, 공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의학문인회는 `독서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유 회장은 ”독서회는 `책을 읽어야 참여할 수 있다’는 부담감을 줄였다. 한 회원이 대표로 발제를 하고 참석한 회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을 갖는다. 2개월에 한번씩 독서회를 여는데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회에서 발표된 이야기와 올해 하반기에 열릴 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등 50여 편을 모아 독후감 모음집인 `책 읽는 의사들(가제)’ 단행본을 발간해 국민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의사들의 독후감 모음집이 발간된 적은 없었다. 이런 의학문인회의 노력을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에는 제약회사에서 주는 문학상만 있다. 의사협회가 주는 문학상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면서도 “의학문인회의 독후감 공모전을 향후 문학상으로 바꿔 많은 의사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