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독서, 영화 감상이라고?

취미가 독서, 영화 감상이라고?

현재 시니어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취미를 물으면 ‘독서’, ‘영화 감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많았다. 일단 ‘취미’라는 게,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호사스런 단어였다. 그래서 취미가 독서나 영화 감상이라고 말하면 고상하게 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또 ‘취미=독서, 영화 감상’으로 입력이 되어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취미를 들 만한 것도 사실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 중고등학생이라면 영화관에 몇 번이나 갔다고 그렇게 영화감상이 취미라고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를 빼면 청소년이 볼 만한 영화 자체가 별로 없었다. 지금처럼 한 영화관에 여러 영화가 상영되는 것도 아니고 한 영화관에서 한 영화를 몇 달이고 상영하기도 했다. 영화관 자체도 몇 개 없었다. 용돈이 궁색한 학생 신분으로 극장표를 살만한 입장도 아니었다. 그러니 취미가 영화 감상이라는 것은 과장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관도 몇 개 없었고 영화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 영화는 데이트 겸해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 취향보다는 상대에 맞춰 보는 정도이니 감히 취미가 영화 감상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많이 미흡한 수준이었다.

새삼 나이 들어서 영화 감상을 취미로 즐기다 보니 이제야 과연 영화감상을 취미로 삼을 때가 된 것 같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영화를 다운 받아 볼 수 있고 영화관에 가면 영화가 자주 바뀌고 골라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영화 보러 다니는 것이 좋은 것은 내 취향에 맞춰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씩 간다면 취미가 영화 감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영화도 잘 만든다. 허리우드 영화도 좋은 영화가 많지만 국산 영화도 잘 만든다. 반드시 대작이라고 해서 좋은 영화도 아니다. 저예산 영화도 좋은 영화가 많다. 심리학자들도 영화를 자주 봐야 한다고 한다. 대인관계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다 밝히기 꺼려하지만 여화에서는 세세한 감정도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감상에 비해 돈이 덜 드는 취미이니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취미 란에 별 생각 없이 썼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미성년자라고 볼만한 책이 많지 않았다. 그 당시 분위기로는 교과서 외에 다른 책을 보면 공부는 안하고 엉뚱한 짓을 한다고 핀잔 받던 시대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사실 독서할 시간이 없었다. 술 마시고 놀러 다니고 데이트하기 바빴다. 세계명작이라도 읽었다면 다행인 시절이었다.

요즘에 와서야 감히 취미가 독서라고 말할 만한 지경이 되었다. 일주일에 2권 정도를 보니 독서가 생활의 일부가 된 셈이다. 책도 무수히 쏟아지고 있어서 매일 책방을 순례하듯 가보아야 한다. 옛날에는 작가 정도는 되어야 책을 썼지만 지금은 누구나 책을 쓴다. 무슨 책을 사서 보든 간섭할 사람도 없다는 것도 독서를 취미로 하는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영화 감상과 독서의 공통점은 둘 다 일만 원 정도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큰 부담이 아니다. 영화나 책을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대리만족이나 남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둘 다 시력이 건재할 때 실컷 누려야할 행복이다.